보르도와 생떼밀리옹 와인, 까눌레의 추억 Bordeaux , Saint-Emil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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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코 monaco |
휴가철이 시작되는 6월의 니스는 사랑에 빠지기 좋은 도시다. 아니, 사랑을 다시 느끼기 좋은 도시라고 말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른다.
바다빛은 더욱 깊어지고, 골목마다 피어난 꽃들 사이로 햇살이 스며든다. 그 빛 아래서 나는 남편과 함께 아침을 맞았다. 이른 호텔 테라스 카페에서 크루아상과 진한 에스프레소로 간단한 아침을 마친 뒤, 우리는 오늘의 여정을 준비했다.
목적지는 모나코의 심장부, 몬테카를로. 그리고 그 너머 언덕 위, 모나코 왕궁까지.
렌트카와 함께, 바다를 품은 길 위로
공항 근처 렌터카 사무실에서 픽업한 아담한 레드 스몰 카 네비게이션을 ‘몬테카를로 카지노’로 설정하고, 해안을 따라 이어진 D6007번 도로를 따라 출발했다. 프롬나드 데 장글레의 끝자락을 벗어나자 본격적인 바다 풍경이 시작되었고, 우리는 말없이 그 풍경 속을 미끄러지듯 달렸다.
고개를 돌리면 지중해가 반짝였다. 에즈 마을을 지나며 눈으로 풍경을 담고, 라 튀르비와 베우솔레이의 굽이진 언덕길을 지나자 어느새 차창 너머로 모나코의 높은 건물들이 다가왔다. 작은 나라, 모나코. 그러나 도로 위에서 만난 그 첫인상은 상상보다 웅장했다.
몬테카를로 도착, 시동을 끄고 도시를 걷다
몬테카를로 카지노 광장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Parking du Casino’는 위치도 좋고 접근성도 훌륭하다.
창문을 닫고 문을 잠근 순간부터 우리는 새로운 도시의 여행자가 되었다.
광장에는 초여름 햇살 아래 반짝이는 슈퍼카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반짝이는 도로 위로는 하이힐을 신은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가고, 곳곳에서 들리는 프랑스어가 도시를 음악처럼 감쌌다.
순간 로밍이 안된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얼른 관광 안내소를 찾아 지도와 모나코 기념여권에 스탬프를 찍고 길가에 앉아 새삼 아날로그 여행자 모드가 된 현실에 웃음이 나왔다.
근처 카페에서 햄버거와 커피를 먹으머 핸드폰 핸드폰 위성지도를 찾아 다시 손을 잡고 언덕길을 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지도로는 가까워 보였지만, 실제로는 꽤 가파른 길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좋았다. 우리는 매번 숨을 고르며 풍경을 즐겼고, 걸을수록 더 천천히, 더 깊이 이 도시를 느낄 수 있었다. 꼭 걸어서 모나코를 즐겨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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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lais Princier de Monaco |
모나코 왕궁 – 시간과 전통이 숨 쉬는 언덕 위
언덕 위에 도착했을 때, 먼저 우리를 맞이한 건 푸른 하늘과 새하얀 왕궁이었다.모나코 왕궁(Palais Princier de Monaco).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지금도 왕가가 실제로 거주하는 궁전이다. 그 사실만으로도 분위기는 더욱 엄숙하게 다가왔다.
마침 우리가 도착한 시각은 정오 무렵. 근위병 교대식이 막 시작되려던 참이었다. 고요하던 광장이 갑자기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찼고, 악단의 연주와 함께 검은 제복을 입은 근위병들이 리듬에 맞춰 행진했다.
남편과 나는 손을 잡은 채 한참을 그 장면에 빠져 있었다.
왕궁 안으로 들어서자, 샹들리에가 늘어선 대리석 복도, 루이 15세 양식의 응접실, 그리고 벽에 걸린 수많은 회화들. 그 중에서도 유독 오래도록 시선을 붙든 건, 그레이스 켈리의 초상화였다.
1950년대 헐리우드 스타였던 그녀는 모나코 왕비가 되었고, 지금도 이 도시에서는 전설처럼 이야기된다. 그 우아한 미소 앞에서 나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구시가지의 노을과 골목, 그리고 또 다른 모나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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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 관람을 마치고 구시가지 골목을 따라 천천히 내려왔다.작은 상점들, 라벤더 향이 퍼지는 수제 비누 가게, 미니어처 모형을 파는 기념품 샵들. 모나코 글씨가 들어간 숄더백을 구입 여행내내 장바구니겸 너무 잘 사용했다.
우리는 오래된 돌길을 따라 걷다가, 우연히 마주한 작은 카페에 들어섰다. 창밖으로는 항구가 내려다보였고, 저 멀리에는 요트들이 한가롭게 정박해 있었다.
로제 와인을 너무 마시고 싶었지만 다시 니스로 돌아가야 해서 콜라로 더위를 식히며 모나코 골목골목을 눈에 담았다.
말이 필요 없었다. 풍경이, 공기가, 시간 자체가 이미 이 순간을 충분히 말해주고 있었으니까.
다시 몬테카를로로 걸어서 가면서 만난 아담한 성당, 가파른 내리막길은 마치 F1 경기의 타이어 소리가 들리는 착각마저 들었다. 바다에는 수많은 요트들 …
너무나 다양한 매력을 품은 모나코는 터널을 지나면 사라지는 도시가 아닐까 싶을정도로 화려했다.
다시 니스로, 밤바다를 따라 돌아오는 길
저녁 무렵, 다시 차를 찾아 몬테카를로를 떠났다.
도로 위로 석양이 물들고, 지중해는 점점 짙은 파란색으로 변해갔다. 라디오에서는 프랑스 가수가 부른 사랑 노래가 흘러나왔다.
조용한 차 안, 남편은 운전에 집중하고 나는 옆에서 오늘 찍은 사진들을 정리했다. 풍경, 사람, 그리고 나 자신이 너무도 생기있게 웃고 있는 사진들.
그 중 한 장, 모나코 왕궁 앞에서 나란히 찍은 사진을 오래 바라봤다.
여행을 좋아하던 나에게 버킷리스트였던 모나코에 내가 있었다.
여행 정보 요약
여행이란 결국 누군가와 공유한 시간의 밀도다.
니스에서 몬테카를로를 지나 모나코 왕궁까지 걷는 그 여정은 단순한 관광 이상의 무언가였다.
그것은 함께 걷고, 함께 숨 쉬고, 함께 바라본 기억들이 모여 만든 하루였다.
세상 어딘가에, 그렇게 느릿하게 걸을 수 있는 도시가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여름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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