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루아르의 보석, 쉬농소 성(Château de Chenonceau)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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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int-Malo 생말로 |
프랑스 생말로 바다와 성벽 사이, 시간에 멈춰 선 하루
프랑스 브르타뉴 지역 북부에 자리한 생말로(Saint-Malo)는 대서양을 마주한 성곽 도시로, 중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해안 도시다. 수 세기 동안 해적과 상인의 요새였던 이곳은 지금도 견고한 석벽 위에서 바람을 맞으며 대양을 굽어본다. 오랜 시간 친구들과 계획했던 생말로 여행은 단 하루의 일정이었지만, 하루라는 짧은 시간이 믿기지 않을 만큼 진한 인상을 남겼다.
성곽 도시, 생말로에 도착하다
브르타뉴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달리다 보면,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성벽 도시가 눈앞에 펼쳐진다. 생말로다. 도시의 첫 인상은 중세의 전설 속 요새를 연상케 했다. 높은 석벽, 엄격하게 구성된 성문, 그리고 구불구불한 골목길들. 마치 시계를 거꾸로 돌려 과거로 들어가는 입구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도시 안으로 들어와 곧장 숙소로 향했다. 오늘 하루 머무를 곳은 인트라 무로스(Intra-Muros), 즉 ‘성 안’에 위치한 4성급 호텔, La Maison des Armateurs였다.
La Maison des Armateurs 성 안의 고요한 쉼터
호텔은 생말로의 중심 골목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다. 외관은 브르타뉴 전통 석조 건축을 유지하면서도, 내부는 세련된 현대식 감각이 더해져 있었다. 리셉션은 아담했지만 친절한 직원들의 응대는 따뜻했고, 고풍스러운 나선형 계단은 건물의 역사적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수 있었다.
프랑스 브르타뉴 생말로(Intra-Muros)의 성곽 내부, 정교하게 복원된 돌담과 중세의 정취를 간직한 거리 한복판에 위치한 La Maison des Armateurs(라 메종 데 자르마퇴르)는 ‘선주(船主)의 집’이라는 이름이 품은 깊은 역사성을 지닌 4성급 부티크 호텔이다. 이곳은 옛 생말로의 부유했던 선주 가문들이 거주하던 집터 위에, 14세기부터 이어져 온 건축물의 흔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지어진 듯한 특별한 장소이며 실제로 건물은 14세기부터 존재해 왔으며 1922년 증축, 1950년대 이후 아파트로 사용되다가 2024년에 호텔로 전환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배정받은 객실은 창을 통해 성 안의 고풍스러운 지붕과 석벽 일부 좁은 골목이 내려다보였다.
짐을 풀고 샤워를 마친 우리는 성문이 닫힌 생말로 성벽아래 미리 눈여겨봐둔 브라세리에서 와인과 굴요리 홍합요리를 먹으러 호텔을 나섰다.
Brasserie du Lion D’Or 굴과 와인으로 채운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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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rasserie du Lion D’Or |
생말로(Intra‑Muros) 구시가지의 중심, Place Châteaubriand 광장에 위치한 Brasserie du Lion D’Or는 지역 주민과 여행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정겹고 활기찬 브라세리라고 했다.
우리는 따뜻한 조명을 받은 실내석으로 자리를 잡았다. 전통적인 브르타뉴식 인테리어와 황동 장식, 나무 테이블이 정겨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메뉴에는 해산물이 풍성했고, 추천을 받아 주문한 요리는 생굴(huîtres de Cancale)과 홍합요리 그리고 지역산 화이트 와인이었다.
굴은 캉칼(Cancale)산으로, 이 지역에서 채취한 신선한 것으로 유명하다. 친구들과 서로 감탄을 연발하며 조용히 와인을 들었다. 미네랄이 풍부한 브르타뉴산 소비뇽 블랑은 굴과 놀랍도록 잘 어울렸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와인은 도시의 분위기를 더욱 깊이 있게 ㅏㄴ들었다.
우리는 천천히 호텔로 돌아오며 조용한 골목들을 걸었다. 부드러운 돌바닥의 질감, 담벼락을 타고 흐르는 담쟁이넝쿨, 그리고 여전히 남아 있는 해풍의 기운은 마치 오래된 시의 한 구절 같았다.
아침의 성곽 산책, 바다와 시간을 따라 걷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일찍 눈을 떴다.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 않은 시간, 성곽 위를 산책하기 위해 호텔을 나섰다. 생말로의 성곽은 도시 전체를 빙 둘러싸고 있으며, 성벽 위 산책로(Promenade des Remparts)는 누구나 걸을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
이른 아침의 공기는 상쾌했고, 바다는 조용했다. 성곽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한쪽에는 대서양이 넘실거리고, 다른 한쪽에는 지붕들이 촘촘히 이어지는 고풍스러운 도시가 있었다. 바닷가에는 멀리 몽생미셸이 흐릿하게 보였고, 조수 간만의 차로 인해 갯벌이 드러나 있었다.
우리는 말없이 그 풍경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었다. 때때로 지나가는 갈매기의 울음소리 외에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 성곽 위에서, 나는 중세의 해적과 상인들이 어떤 풍경을 마주했을지를 상상했다. 그들은 이 높은 곳에서 늘 바다를 지켜보았고, 침략자와 폭풍을 견뎠으며, 지금은 그 흔적만이 돌과 벽에 남아 있다.
산책을 마친 후, 우리는 다시 호텔로 돌아와 조식을 즐겼다. 크루아상과 바게트, 브르타뉴 특산 버터, 커피 한 잔. 단순하지만 완벽한 아침이었다.
생말로에서의 짧은 하루
단 하루였지만, 생말로에서의 시간은 강렬했다. 단단한 돌벽 위를 걷는 발끝의 감각, 입 안에서 퍼졌던 신선한 굴의 바다 향, 와인의 부드러운 목넘김, 그리고 바다를 바라보며 맞이한 아침의 고요함. 이 모든 것들은 ‘여행’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생말로는 단지 중세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도시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경험을 선사하는 장소였다. 친구들과의 웃음과 대화, 조용한 산책과 한 잔의 와인이 어우러진 이 도시에서의 하루는 마치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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