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보 거리에서 세잔의 아뜰리에까지 예술가의 흔적을 따라 걷는 길

남프랑스의 작은 도시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는 겉보기엔 조용하고 단아한 인상을 풍기지만, 그 속에는 프랑스 미술사의 거장 폴 세잔(Paul Cézanne)의 숨결이 짙게 배어 있다. 특히 도시 중심을 가로지르는  미라보 거리(Cours Mirabeau)에서 출발해 세잔의 아뜰리에(Atelier de Cézanne)까지 이르는 여정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선 깊이 있는 예술적 체험이라 할 수 있다.



미라보 거리에서 세잔의 아뜰리에까지 

엑상프로방스의 심장부인 미라보 거리는 플라타너스 나무가 줄지어 늘어서 있고, 고풍스러운 카페와 분수들이 조화를 이루는 거리다. 이 거리의 북단에서 세잔의 아뜰리에까지는 약 20~25분 정도 소요되며, 거리와 언덕의 조합이 여행자에게 작지만 의미 있는 도보 여정을 선사한다.

6월에 방문한 우리는 기꺼이 도보를 선택했다. 미라보 거리에서 Rue Gaston de Saporta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한 후, Avenue Paul Cézanne를 따라 직진하면 언덕길이 시작된다. 이정표를 따라가면 ‘Terrain des Peintres’라는 작은 야외 전망대 인근에 세잔의 아뜰리에가 위치해 있다.

언덕 경사는 비교적 완만하나, 여름철에는 햇볕이 강하므로 생수와 모자, 선크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도보 이동은 단순한 교통 수단을 넘어, 세잔이 생전에 걸었던 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감성적 체험으로 다가온다.

급하지 않은 보폭으로 걷다보면 어디선가 세잔을 만날것 같은 조용한 동네와 마주하게 되고 묘한 감정이 일어난다. 남프랑스 소도시 여행은 도시마다 화가와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버스 이용

엑상프로방스 시내버스(Aix en Bus) 5번 노선을 이용하면 좀 더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Place de la Rotonde 인근에서 승차 후, Les Lauves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아뜰리에까지 도보로 약 5분 거리에 도착하게 된다. 버스 배차 간격은 평일 기준 15~20분이며, 여름철에는 관광객 증가로 인해 약간의 대기 시간이 발생할 수 있다.

자가용 또는 택시

자가용 또는 택시를 이용할 경우, 세잔의 아뜰리에 인근에는 소규모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다만 성수기에는 만차가 잦으므로 대중교통 이용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택시의 경우 시내에서 약 5~7분 소요되며, 비용은 대략 10유로 내외이다.

Atelier Des Lauves

세잔의 아뜰리에 예약 방법 및 입장 정보

세잔의 아뜰리에는 작고 아담한 공간이다. 그 안에는 그의 작업 도구, 정물 소품, 팔레트, 캔버스 등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관람 인원을 제한하는 사전 예약제를 시행하고 있다. 당일 입장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성수기에는 조기 마감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사전 예약이 권장된다.

  • 공식 웹사이트: https://www.cezanne-en-provence.com
  • 웹사이트 접속 후 ‘Visit Cézanne’s Studio’ 또는 ‘Book your visit’ 메뉴 선택
  • 날짜 및 시간 선택 후 인원수 입력 및 결제 진행

입장 요금 (2025년 기준)

  • 성인: 7~8유로
  • 13세 미만 아동: 무료
  • 오디오 가이드(선택): 약 3유로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제공)

운영 시간

  • 개관 시간: 오전 10시 ~ 오후 6시 (입장 마감 오후 5시 30분)
  •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5월 1일, 12월 25일
  • 방문 소요 시간: 약 30분~1시간

Atelier Des Lauves 세잔아뜰리에 내부
Atelier Des Lauves 세잔 아뜰리에 내부

아뜰리에 내부 구성과 감상 포인트

아뜰리에 내부는 세잔의 삶과 예술 세계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공간이다. 1902년부터 1906년까지 세잔은 이곳에서 작업에 몰두했으며, 그가 그린 정물화 속 오브제들은 지금도 제자리에 남아 있다.

  • 화구 및 팔레트: 세잔이 사용하던 붓, 물감, 이젤, 팔레트 등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 정물 소품: 병, 사과, 도자기, 석고상 등 세잔의 대표작에 등장했던 오브제들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 대형 북향 창문: 작업실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부드러운 자연광은 세잔이 평생 집착했던 빛의 방향과 질감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세잔의 아뜰리에와 생트 빅투아르 산의 연결

아뜰리에를 나와 조금만 더 걸으면, 세잔이 가장 사랑했던 장소 중 하나인‘Terrain des Peintres’(화가들의 언덕)에 도착한다. 이곳은 그가 수없이 그려온 생트 빅투아르 산(Montagne Sainte-Victoire)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이자, 많은 화가들이 그의 발자취를 따라 그림을 그리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푸른 하늘 아래 뾰족하게 솟은 산세는 실제로 마주하면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아낸다. 세잔이 왜 그토록 이 산을 반복해서 그렸는지, 직접 보면 그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정적 속에 담긴 자연의 질서와 색감은 현대 회화의 전환점이 된 그의 시선을 납득하게 만든다.

엑상프로방스 미라보 거리에서 시작한 세잔의 흔적을 따라 걷는 길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예술가의 삶과 고독을 체험하는 여정이다. 아뜰리에 내부에는 특별한 이벤트나 장치 없이, 조용한 감동이 존재한다. 오직 붓과 물감, 그리고 사물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세잔의 숨결만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그가 “사과 하나로 파리를 놀라게 하겠다”고 했던 말처럼, 그의 세계는 작지만 깊었다. 여행자가 그의 작업실을 둘러보며 느끼게 되는 고요한 전율은, 평면의 그림보다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미라보 거리에서 세잔의 아뜰리에까지 이어지는 이 여정은, 남프랑스를 방문하는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예술적 순례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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