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보 거리에서 세잔의 아뜰리에까지 예술가의 흔적을 따라 걷는 길

지중해의 빛과 함께 걸어온 여정
푸른 바다가 반짝이는 리비에라, 올리브 나무 숲, 미풍에 살랑이는 돌담길, 그 풍경의 끝자락에 Saint‑Paul‑de Vence가 있다. 이 언덕 위 작은 마을은 무수한 예술가들을 품어 왔지만, 1966년부터는 한 화가, Marc Chagall에게 특별한 안식처이자 예술적 뿌리의 땅이 되었다.
남프랑스와 친해지다 1948–1966, Vence 시기
샤갈은 러시아 태생으로, 뉴욕 망명을 거쳐 1948년 프랑스로 돌아왔다 . 당시 니스 지역 여행 중 햇살과 풍경에 매료되어, 1950년경 Vence 언덕에 집 ‘Les Collines’을 마련했다 .
이 시기 그는 “Bouquet près de la fenêtre”(1959–60) 같은 작품을 남겼다. 창밖의 생폴풍 광경이 캔버스에 담긴 이 그림은, 삶과 예술이 하나 되는 조화의 순간이었다
1966년, 거의 80세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샤갈은 생폴드방스 외곽 언덕에 자신의 집과 작업실을 설계·건축했다. 그의 부인 Vava가 ‘La Colline’이라 이름 붙인 이 공간은 작업에 최적화된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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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ural Digest는 “작은 오렌지 나무 너머로 햇살이 놀잇감처럼 들어온다”며, 그의 스튜디오 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그곳의 창가 소파, 그림 도구, 가족과의 숨결이 모두 작품이 되었다 .
생폴 드 방스에서 피어난 작품들
언덕 위 집 주변을 무심히 거닐거나, 창가에 앉아 풍경을 바라보면, 샤갈은 마음속 깊은 사랑과 색채를 표현했다.
이 작품들은 모두 Fondation Maeght의 샤갈 전시회(1967)에 소개되었고, 이후 그의 메시지를 전하는 대표작으로 자리잡았다 .
유리, 모자이크, 리듬 다채로운 기술의 확장
생폴드방스 시절은 유화뿐 아니라 모자이크·스테인드글라스·지문화 등 여러 매체 실험이 이뤄졌다 .
일상 속에 머문 예술가 공공과 사적 공간의 교류
La Colline 인근에서는 종종 샤갈이 Le Colombe d’Or나 Café de la Place에서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André Verdet, Aimé & Marguerite Maeght 등이 그를 둘러싸며 예술적 영감을 공유했다 .
André Verdet는 “이 햇살 속 침묵에서, 그는 어린 시절 고향 Vitebsk을 회상했다”고 전하며, 남프랑스에서 경험한 ‘채도의 빛’이 샤갈 작품을 더욱 완성시켰다고 말했다 .
생폴드방스에서 남긴 유산과 마지막 날들
샤갈은 1966년부터 1985년 타계할 때까지, La Colline에서 19년간 창작과 삶을 이어나갔다 . 1985년 3월 28일, 그는 이 마을 언덕 공동묘지에 묻혔는데, 그곳에서 내려다보이는 지중해 풍광이 그의 삶을 닮았다 .
샤갈의 흔적 위를 걷는다는 것
직접 산책로를 걸으며, 샤갈이 매일 마주했을 햇살, 골목의 돌담의 질감, 성벽 너머 보이던 바다와 구름을 떠올린다. 그 풍경은 이미 캔버스 위로 승화되었기에, 그 흔적을 따라 걷는 일 자체가 예술 여행이 된다.
돌아보면, 그의 예술은 경계 없이 삶과 작품 속으로 스며든다. 유화와 모자이크, 유리 위 고요한 색채들이 모두 동일한 마음에서 흘러 나왔다. 샤갈이 생폴드방스에 정착하고 작업한 19년은, 그 어떤 인생의 축제보다 빛나고 진실했다.
샤갈은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떠났지만, 그의 작품과 영혼은 Saint‑Paul‑de Vence에 깊이 뿌리내렸다. 빛, 사랑, 시성(詩性)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들은, 오늘도 매일 아침 햇살처럼 동네 골목과 언덕에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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