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 에 마리우스(Rose et Marius) 엑상프로방스에서 만난 프로방스 향수 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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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에 마리우스(Rose et Marius) 엑상프로방스의 향기를 담다  로즈 에 마리우스(Rose et Marius)  6월 남프랑스 엑상프로방스를 걷다 보면 라벤더 밭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 시장에서 풍기는 올리브 오일과 허브의 향, 그리고 오래된 석조 건물 안에 스며든 시간의 냄새까지. 이 도시의 공기에는 분명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그리고 엑상프로방스의 향을 가장 섬세하게 담아내는 공간, 바로 향수 브랜드 ‘로즈 에 마리우스(Rose et Marius)’가 있다.  향기로 쓰는 프로방스의 시 ‘로즈 에 마리우스’는 단순한 향수 브랜드가 아니다. 이곳은 프로방스의 삶과 감성을 병 속에 정제해 담는 예술 공간이다. 2012년 설립된 이 브랜드는, 창립자 마리 드 마지오(Marie de Mazieu)의 유년 시절 기억에서 비롯되었다. 그녀는 프로방스 시골 저택에서 보낸 여름의 냄새, 정원에서 피어난 장미, 햇살에 데워진 테라코타 타일, 레몬 나무 그림자 아래서 마신 얼음차의 기억을, 향으로 되살려낸다. 브랜드 이름의 ‘로즈(Rose)’는 그녀의 할머니의 이름이자, 프로방스를 상징하는 장미를 의미하고, ‘마리우스(Marius)’는 남프랑스 소년의 이름으로 전통과 현재의 만남을 뜻한다. 로즈 에 마리우스(Rose et Marius) 쿠르 미라보 뒤편, 조용한 골목에 위치 ‘로즈 에 마리우스’ 매장은 엑상프로방스 중심부, 유명한 쿠르 미라보(Cours Mirabeau) 대로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겉보기에는 소박한 돌담 골목 안에 숨은 작은 부티크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세상이 바뀐다. 매장은 고풍스러운 프로방스풍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으며, 햇살이 스며드는 유리 천장 아래에서 향수, 홈 프래그런스, 향초, 향 비누 등 다양한 제품들이 정갈하게 진열되어 있다. 단지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향기라는 감각을 통해 이야기를 전하는 갤러리에 가깝다. 시향 체험  한 방울로 여행을 시작하다 이 공간...

고흐드 Gordes, 시간 위에 쌓인 돌담의 마을을 걷다

고흐드 Gordes 


6월 프랑스 남부의 햇살은 특별하다. 너무 눈부시지만 절대 피하고 싶지도 않을 만큼 특별하다.  그 햇살을 따라 우리는 세낭크 수도원(Sénanque Abbey)을 둘러보고, 곧장 고흐드(Gordes)로 향했다. 프로방스의 들판을 가로질러 달리는 렌트카 창 밖으로 낮은 돌담과 은빛 올리브 나무가 흐르듯 지나갔다. 정오를 막 넘긴 시간, 고흐드는 언덕 위에서 조용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늘위에 떠있는 성처럼 보이는 고흐드는 기대 이상으로 아름답고 웅장했다.

고흐드, 바위 위의 역사

고흐드는 프랑스 뤼베롱 지역에서 가장 잘 보존된 중세 마을 중 하나다. 언덕 정상에 자리 잡은 이 마을은 로마 시대 이전부터 사람이 살던 흔적이 있으며, 전략적 요충지로써 고대부터 현대까지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고흐드의 중심에는 11세기에 지어진 고딕-르네상스 양식의 성채가 자리 잡고 있다. 이후 르네상스기에 재건된 이 성채는 지금도 마을의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성채 주변으로는 중세부터 이어져온 석조 주택들이 계단식으로 이어지며 마을의 윤곽을 이룬다. 전쟁과 약탈, 침략의 시대를 지나면서도 고흐드는 돌 하나하나를 지키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그 때문에 프랑스인들에게 고흐드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역사 속의 마을’이다.

고흐드 Gordes


프랑스인들이 사랑하는 마을, 고흐드

프랑스 사람들에게 고흐드는 단순한 풍경을 넘어선다. 이곳은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1위로  ‘과거를 걷는 현재의 공간’으로 불린다. 파리나 리옹 같은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고흐드는 바쁜 삶에서 벗어나 예술과 힐링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돌담을 따라 피어오른 라벤더와, 햇살이 물든 골목은 세대를 이어 기억되는 유산이 된다.

마을의 입구, 그리고 첫걸음

세낭크 수도원에서 차량으로 약 15분. 구불구불한 언덕길 끝에서 고흐드의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낸다. 외곽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문을 여니, 조용한 바람과 함께 언덕 마을 특유의 공기가 흘러나왔다. 흙먼지 대신 단단한 석조 길이 시작되는 초입에는 작은 분수와 벤치가 있다. 마치 이곳의 시간은 외부보다 한참 느린 듯했다.  조금 낯설고 분주한듯 하면서도 그렇게 오픈된 느낌도 아닌….


L’Ardoise에서의 정오 식사

L’Ardoise에서의 정오 식사


산책 중 중심 광장 근처의 L’Ardoise 레스토랑 앞에 멈춰 섰다. 초여름 남프랑스 여행의 가장 큰 혜택은 테라스에서 즐기는 한끼의 여유다. 야외 테이블은 돌담에 기대 앉은 듯 놓여 있었고, 주변에는 꽃과 나무 그림자가 깔려 있었다. 점심으로는 Gratin de Macaroni au Camembert와 Margherita pizza를 주문했다.


그라탕은 프로방스의 향이 짙게 밴 메뉴였다. 부드러운 마카로니와 깊은 풍미의 카망베르 치즈가 녹아들어 식감과 맛이 꾸밈이 없다. 마르게리타 피자도 담백했다. 토마토와 바질, 치즈가 균형을 이루고 얇고 바삭한 도우는 프랑스의 정직한 피자 문화의 일면을 보여줬다. 식후 에스프레소는 짙고 진한 향으로 입 안을 정리했다.  한낮의 뜨거운 햇볕도 그늘만 들어서면 어디선가 바람이 또 그렇게 시원한 프로방스….


고흐드 성채와 Saint-Firmin 교회

점심 후,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마을의 중심에 위치한 고흐드 성채였다. 석벽은 견고했고, 돌마다 오래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성채 내부에는 예술 전시와 지역 역사관이 마련돼 있었고, 창밖으로는 뤼베롱의 산맥이 펼쳐졌다.


성채에서 몇 걸음만 옮기면 Saint-Firmin 교회가 보인다. 외관은 소박하지만, 내부는 정갈하고 고요했다. 작은 스테인드글라스에서 떨어지는 빛은 돌바닥에 부드럽게 퍼졌고, 그 그림자마저도 찬란했다. 이곳은 오랜 시간 동안 마을 사람들의 기도처였으며, 지금도 여전히 신성한 공간으로 남아 있다.


골목, 또 골목, 그 사이의 장면들

고흐드 Gordes 골목길
고흐드 Gordes 골목길


고흐드의 진짜 매력은 그 어떤 유적도 아닌, 골목 자체다. 돌바닥은 울퉁불퉁했고, 한 걸음마다 미묘한 높낮이 차가 있었다. 바람이 돌담을 스치고, 담 위에는 야생 허브가 자라고 있었다. 고양이가 한가로이 담장을 걷고, 누군가는 작은 창문 아래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일부 골목에는 작은 화랑이 있다. 철제 간판에는 작가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유리창 너머로는 조각품과 캔버스가 보였다. 누군가의 작업실이자 누군가의 일터, 그리고 누군가의 꿈이 자리한 공간이었다.

어느 한 모퉁이에서는 아이들이 돌멩이로 작은 놀이를 하고 있었고, 그 모습이 오래된 그림책 한 페이지 같았다. 또 다른 돌담을 살짝 들여다 보면 예쁜 카페테리아가 숨어 있고 창이 없는 작은 문을 조심스럽게 들여다 보면 귀여운 소품 가게가 숨어 있다. 마치 숨바꼭질을 하듯 높은 돌담속 구석 구석 보물찾기를 하는 느낌이다.

고흐드 Gordes


고흐드를 걷는다는 것

고흐드를 걷는 일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다. 오르막 내리막이 조금은 힘들수도 있지만 편한복장과 신발을 신고 꼭 구석구석 돌아보기를 추천한다. 돌 하나에도, 담벼락 하나에도 이야기가 묻어 있었다. 과장된 안내판이나 셀카봉을 든 무리도 없다. 사람들은 조용히 걷고, 느리게 보고, 때로는 멈춰 서 있었다. 마치 이 마을의 호흡에 스스로를 맞추려는 듯.

하루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고흐드는 오래 기억될 여행지다. 프랑스 남부의 전형적 미감을 넘어서, 이 마을은 자신만의 시간, 자신만의 목소리, 자신만의 질서를 지닌 곳이었다. 여행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포장된 공간이 아닌, 그저 오래도록 살아진 공간.

세낭크 수도원의 정적에서 시작해 고흐드의 숨결로 마무리된 하루는, 바쁜 일상에서 벗어난 우리 부부에게 특별한 선물이었다. 조용한 골목의 공기, 성채에서 내려다본 돌지붕의 배열. 프로방스의 소도시들은 도시마다 느낌과 색감 건축양식이 모두 다르다

고흐드의 매력을 제대로 한번 더 느끼려면 동네를 벗어나 차를 달리다 보면 뷰포인트가 있다. 고흐드는 한걸음 멀리서 보면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그런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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