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아를, 6월 햇살 아래 걷는 고대의 길… 아를 관광패스 후기 Pass Liberté vs Pass Avantage

 아를 관광패스로 떠난 감성 유적지 여행기


6월의 프랑스 남부는 참 따뜻하고 빛이 많습니다.

낮에는 살짝 뜨겁고, 저녁이 되면 붉게 물드는 하늘이 마음까지 물들게 하죠.

그런 계절에 고흐의 도시이자 고대 로마의 흔적이 살아 숨 쉬는 아를(Arles)을 찾았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아를의 주요 유적지와 박물관을 효율적으로 둘러볼 수 있는 아를 시티패스 Pass Liberté vs Pass Avantage 를 활용했어요.


한 번의 결제로 아를의 시간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느낌.

햇살, 고대 돌길, 역사와 예술이 어우러진 이 도시는, 지금도 제 마음 어딘가를 환히 밝히고 있습니다.


 6월의 아를, 햇살로 시작된 하루

아를의 아침은 참 고요했어요.

프랑스 남부 특유의 부드러운 햇살이 카페 창문 너머로 스며들고, 사람들이 하나둘 거리로 나오는 시간.

도시 자체는 크지 않지만, 로마 유적과 중세 건축물이 한데 어우러진 이곳은 마치 시간의 층을 걷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관광안내소에서 받은 아를 관광패스를 손에 들고, 첫 번째 유적지로 향했습니다.


아를 원형극장 – 2천 년의 시간과 마주하다


로마 원형극장(Amphithéâtre Romain)은 아를의 중심에서 압도적인 위엄을 자랑합니다.

6월의 푸른 하늘과 맞닿은 회색 돌기둥들, 그리고 안쪽으로 이어지는 계단.

패스를 제시하니 따로 티켓을 끊을 필요 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었고, 간단한 영문 가이드 맵도 제공되었습니다.

조심스럽게 계단을 따라 올라가 가장 높은 좌석에 앉아 도시를 내려다보았어요.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마치 로마 시민이 되어 검투 경기를 기다리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투우나 공연에 사용된다고 하지만, 그 당시의 열기와 함성이 마음속에 스며드는 듯했죠.


고대 로마 극장 – 돌 사이로 흐르는 예술의 숨결


로마 극장(Théâtre Antique)은 원형극장보다 조금 작지만, 더 정갈하고 아름다웠어요.

지금도 여름마다 야외 콘서트나 연극이 열리는 공연장이라 그런지, 살아 있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입장권 없이 패스로 입장한 덕분에 번거롭지 않았고, 비교적 조용해서 천천히 산책하듯 돌아보고 고흐의 그림에 나올듯한 큰 나무아래 잠시 바람도 느껴봤어요.


부서진 기둥 사이를 거닐며, 2천 년 전 연극을 보던 시민들의 미소를 상상해보았습니다.

한쪽 모서리에는 라벤더 향이 스치는 작은 정원이 있어, 잠시 앉아 일기를 쓰기도 했습니다.

 콘스탄틴 목욕탕 – 황제의 하루가 머물던 자리



콘스탄틴 온천(Thermes de Constantin)은 원형극장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어요.

유적 자체는 일부 벽과 터만 남았지만, 그 공간에 서면 황제가 목욕을 하며 하루를 정리하던 장면이 그려졌습니다.

작지만 정적이 감도는 공간에서, 시간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입구에는 간단한 설명이 있고, 주변에는 관광객보다 현지인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더라고요.

햇살과 나무 그림자, 조용한 유적… 너무 소중한 순간이었습니다.


 반 고흐 센터 – 그가 머물렀던 창 너머의 세상


고흐가 아를에 머물며 그림을 그렸던 장소 중 하나인 Espace Van Gogh는

한때 정신병원이었던 곳이지만, 지금은 고흐를 기리는 예술센터로 탈바꿈했습니다.

정원 한가운데 흐드러진 꽃들과 노란 벤치는, 고흐의 그림 속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작은 전시관에는 고흐의 편지와 관련 작품들이 소개되어 있고, 실내보다 바깥 정원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더 인상 깊었어요.


조용히 걷고, 조용히 멈춰서고, 조용히 생각에 잠기기 좋은 곳이었어요.

 유적지를 걷고 난 후, 아를의 작은 식당에서

유적지를 둘러보고 나니 자연스럽게 근처 골목길로 발길이 향했어요.

6월 초여름의 저녁, 해가 길어 붉은 노을이 도시를 천천히 감싸고 있었죠.

작은 식당에서 먹은 프로방스식 토마토 요리와 신선한 올리브, 그리고 향긋한 로제 와인 한 잔.

피곤했던 하루의 끝을 따스하게 마무리해주었습니다.

아를의 밤은 조용했어요. 고대의 돌길이 반사하는 가로등 불빛 사이로

그날 봤던 유적들이 머릿속을 조용히 스쳐 지나갔습니다.


아를 시티패스, 여행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준 열쇠


솔직히 말하면, 패스를 구매할까 말까 고민했었어요.

하지만 하루 만에도 3곳 이상 방문할 수 있었고, 입장할 때마다 줄 서지 않고 바로 들어갈 수 있었기에 정말 만족했습니다.

  • 패스 가격: 3일권 기준 약 16유로
  • 포함 장소: 원형극장, 극장, 콘스탄틴 온천, 고고학 박물관, 고흐 센터, 민속박물관 등
  • 구입 장소: 아를 관광 안내소, 온라인 구매 가능
  • 유효 기간: 첫 사용일부터 연속일 기준 적용

여행이 끝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 패스는 단순한 입장권이 아니라 시간 여행의 열쇠 같았어요.

고대와 예술, 햇살과 그림자, 그리고 지금의 나를 하나로 이어주는 조용한 문이었습니다.


 아를에서, 시간과 마음이 천천히 흐르다


아를은 크지 않지만, 깊은 도시입니다.

6월의 햇살 아래 고대의 길을 걷고, 고흐의 흔적을 좇으며, 로마의 시간을 따라 여행한 이 여정은 그 어떤 대도시보다도 풍성하고 내밀했습니다.

누군가는 ‘작은 도시’라고 표현할지 모르지만, 저에겐 큰 감동이 머무는 도시였어요.


다음에 다시 아를을 찾게 된다면, 같은 길을 또 걷고 싶습니다.

변한 것은 없겠지만, 그 길 위의 나는 또 다른 마음으로 걸을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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