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를의 병원 정원 – 상처 입은 화가의 치유 공간
고흐의 〈아를 원형극장 (Les Arènes d’Arles)〉입니다. 이 그림은 아를에 남아 있는 로마 시대 유적인 원형 경기장(Arènes d’Arles)을 배경으로, 지역민들이 모여 있는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고흐는 이 작품을 통해 단순히 유적 건축물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과 열기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투우 혹은 축제가 펼쳐지는 경기장을 찾은 여인들과 군중들의 모습을 따뜻하고 생동감 있게 그려냈죠.
눈여겨볼 점은, 이 그림이 고흐의 다른 자연풍경과는 달리 군중, 사회, 인간에 대한 관심이 드러나는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아를 사람들의 삶 속으로 한 발 더 들어가 보고자 했던 그의 열망, 예술가의 공동체를 꿈꾸던 마음이 투영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를의 병원 정원 – 상처 입은 화가의 치유 공간
1888년 겨울, 고흐는 정신적으로 큰 위기를 겪습니다. 귀를 자르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그는 아를 중심부에 위치한 ‘호텔-디유(Hôtel-Dieu)’ 병원에 입원하게 되죠. 바로 이 병원에서 고흐는 내면의 혼란 속에서도 붓을 들었습니다.
그가 그린 그림 중 하나가 바로 〈아를의 병원 정원 (Garden of the Hospital in Arles)〉입니다. 이 작품은 병원 안에 있는 정원의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보듯 평면적으로 그려낸 것이 특징입니다. 중심에는 작은 분수가 자리하고 있고, 정원을 사방으로 가르는 산책로가 십자 형태로 뻗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눈길을 끄는 건 그가 선택한 색감입니다.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고흐는 노랑, 녹색, 파랑 등의 따뜻하고 생동감 있는 색채를 사용했습니다. 마치 고통 속에서도 평온을 갈망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반영된 듯한 인상을 줍니다.
현재 이 병원은 더 이상 의료 시설로 사용되진 않지만, 고흐 미술관과 함께 관광지로 운영되고 있으며, 실제 그림 속 정원도 그대로 재현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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